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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기사보도]"거리 떠도는 가출 청소년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죠"
  글쓴이 : 푸루미     날짜 : 16-07-01 11:40     조회 : 1391     트랙백 주소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3/24/0200000000AKR201603240… (462)

성남서 '아지트' 프로젝트 운영 김하종 신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인데 사회가 심각성을 몰라요. 아이들에겐 교육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부모가 해주지 못하면 나라가 나서고 사회가 나서야죠."

푸른 눈의 신부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땅의 아이들과 미래를 걱정했다.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일명 '아지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를 24일 경기도 성남 '안나의 집'에서 만났다.




         

1957년 이탈리아의 비데르보에서 태어난 김 신부의 본명은 빈첸시오 보르도다. 198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대학에서 동양철학에 심취해 1990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하느님의 종'이란 뜻으로 새 이름을 짓고 1992년 성남에 정착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김 신부가 '아지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이동상담 버스를 마련한 지난달부터다. 가출청소년들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 나서자는 취지다.

"가출청소년이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30%는 청소년 관련 기관의 보호를 받지만, 나머지 70%는 거리에 방치돼 있어요."

김 신부는 또 '우리'가 아닌 '나' 중심의 문화가 생기면서 시설을 벗어나 '가출 팸'을 형성해 살길 원한다는 청소년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지트 버스의 목표는 사회와 가출청소년 사이에 다리를 놔주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곁을 지켜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교 역할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 형성이 중요했다. 지난해 승합차 한 대로 '아지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 현장에 나가질 못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언제든지 와라. 우리는 언제나 너희 곁에 있다'는 믿음을 줘야 했습니다. 이젠 버스가 있어서 약속한 날짜엔 꼭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죠."

'아지트' 자원봉사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현장을 찾아 가출청소년들에게 식사와 생활 물품을 전달하고 진료 및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이들을 쉼터에 연계해주고 가정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은 김 신부의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김 신부는 어릴 적 난독증을 앓아 심한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이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배려와 희생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한편 사제복인 아닌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김 신부는 이 일대 노숙인들에게 '밥퍼 신부'로 불리기도 한다.

김 신부는 IMF(국제통화기금) 한파가 몰아친 1998년 '안나의 집'을 열어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매일 550여 명이 '안나의 집'을 찾아 끼니를 해결한다. 급식소와 함께 자활시설을 운영하며 희망자를 대상으로 작업장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업이 자발적 후원으로 이뤄진다.

김 신부는 햇수로 24년을 맞은 '안나의 집'이 단 하루도 문 닫는 날 없이 운영된 것은 "예수님의 사랑 덕분"이라고 했다. 또 다가오는 부활절과 관련 "예수님께서 부활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듯 노숙인들과 거리의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살아온 김 신부는 지난해 한국으로 귀화하며 한국인이 됐다.

김 신부는 한국 사회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사회복지가 발전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하지만 김 신부 가방에서 꼬깃꼬깃한 봉투 하나를 꺼내 희망의 증거로 내보였다. 폐지를 수집하는 한 할머니께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는데 써달라며 돈을 담아 건넸다는 것이다.

"숲 속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면 그 소리를 누구나 들을 수 있지만 정작 나무가 자라는 소리는 못 듣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매일 나무(희망)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좋은 분들이 많아서 이 사회가 돌아갑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나누면 사회는 분명 아름다워집니다."

kih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3/24 09: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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