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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기사보도]푸른눈의 천사, 가출청소년·노숙인에 희망을 심다
  글쓴이 : 푸루미     날짜 : 16-07-01 11:35     조회 : 1461     트랙백 주소
   http://news.mk.co.kr/newsRead.php?no=451907&year=2016 (446)

사진설명김하종 신부(오른쪽)와 파스칼 서덜랜드 주한영국대사 부인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이라는 뜻의 이동상담 버스 '아지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희망이 시작되죠. '돈이 없어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라는 말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자(Let's see what we can do)'고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1992년부터 24년간 노숙인, 가출 청소년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푸른 눈의 천사'가 있다. 23일 경기도 성남 '안나의 집'에서 만난 김하종 신부(59·빈첸시오 보르도)는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이 너무 많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이 교육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먼저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신부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이라는 뜻의 '아지트' 프로젝트를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동상담 버스를 마련해 가출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아지트 봉사자 102명은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면서 이들이 다시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신부는 "28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출 청소년의 70% 이상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거리를 헤매고 있다"면서 "시설을 벗어나 '가출 팸'을 형성해 살고 있는 청소년도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관심 밖에 놓였다'는 생각과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김 신부의 생각이다. 아지트 자원봉사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현장을 찾아 가출 청소년들에게 식사와 생활물품 등을 전달하고 진료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쉼터와 연계해 이들이 가정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김 신부는 어릴 적 난독증을 앓아 심한 자괴감에 빠졌지만 이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에서 봉사와 희생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시절 동양철학에 심취해 1990년 한국으로 이주한 김 신부는 이곳에서 '희생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1992년부터 성남에 정착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성남에 외국인은 저 하나밖에 없었다"며 "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도움의 손을 내밀어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곤 했다. 노숙인을 돕겠다고 하면 '우리 도시엔 노숙인이 없다'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낯선 땅에서 봉사활동을 정착시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과 그들의 모습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성남에 새로운 희망을 심기까지 그간의 세월을 설명하는 '푸른 눈의 천사' 눈에 눈물이 맺혔다.

1998년부터 김 신부는 노숙자 무료급식소인 '안나의 집'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550여 명이 끼니를 해결한다. 안나의 집은 무료급식소 외에도 노숙인 재활시설, 가출 청소년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을 포함해 수많은 일반 후원자가 자발적으로 안나의 집 운영에 힘을 보탰다. 이날 안나의 집을 찾은 파스칼 서덜랜드 주한영국대사 부인은 "봉사에 힘을 보탤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올해 9월 안나의 집 청소년들을 대사관으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신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땅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할 계획이다.



 '하느님의 종'이라는 의미로 하종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지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법무부로부터 특별공로자로 선정돼 대한민국 국적도 받았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봉사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기자 질문에 김 신부는 "어떤 경제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건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혼자가 아니다'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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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3 17:46:55  수정 : 2016.06.23 2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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